JIHYUN KIM
Composer
Fox Sister (여우 누이)
for Violin and Gayageum
Excerpt:
바이올린과 가야금을 위한 <여우 누이>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구전 설화 여우 누이를 바탕으로 작곡되었다.
교훈의 부재, 극적인 장면 변환, 괴기스러운 분위기에 이끌려 이 설화를 선택하였고, 각 장면의 이미지를 음악에 생생하게 담으려 노력했다.
곡의 감상이 한 편의 이야기를 듣는 것과 같길 바란다. 여기, 곡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하게 설화의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아들 셋을 둔 어느 아버지가 딸을 갖고 싶은 간절함에 여웃골 근처 절에서 기도를 드렸고 마침내 막내딸을 얻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믐만 되면 집에서 키우는 가축들이 이유없이 죽어나갔고, 아버지는 아들들을 경비 세워 이유를 찾고자 하였다.
이 때 장남이 누이가 구미호로 변신해 짐승의 간을 빼먹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아버지께 보고하였다.
아버지는 이를 믿지 않았고, 되려 아들이 누이 동생을 모함한다며 집에서 내쫓았다. 이후 장남은 아내와 함께 누이 (구미호)를 물리칠 방법을 찾았다. 아내의 처가가 도술에 일가견이 있는 집이라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의 호리병을 주며 혹시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사용하라고 일러주었다.
장남이 집에 돌아갔을 때에는 이미 집은 폐가가 되어있었고 그 집에는 누이만이 남아있었다.
누이는 오라버니에게 식사를 대접하겠다며 방에서 기다리라 하지만, 장남은 눈치를 채 말을 타고 달아났다.
누이는 구미호의 본색을 드러냈으면서도 동생 행세를 하며 쫓아왔다.
“히히 오라버니, 밥 안 먹고 어딜 가시려 그러우?”
“말이 한 끼, 사람이 한 끼. 내가 구백 구십 구명을 잡아먹고 한 명만 더 잡아먹으면 되는데 도망가는구나. 아이고 아까워라!”
장남은 아내가 준 호리병을 차례로 던져 위기에서 벗어났다. 노란 병에서는 가시 덤불, 파란 병에서는 물바다, 빨간 병에서는 불구덩이가 생겨나 구미호를 막았다.
구미호는 그를 빠져나오지 못해 결국 죽고 말았다.